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헌법재판소에 출석해, 윤 대통령 면전에서 "대통령이 '싹 다 잡아들여라'고 말했다"고 밝혔다. 또 그는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시 심경을 밝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취지로도 말했다. 반면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90도 인사도 외면하는 등 시종일관 차가운 태도를 유지했답니다.
홍 전 차장은 4일 오후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, 국회 측 법정대리인으로부터 '12·3 비상계엄 당일 오후 10시53분에 윤 대통령이 전화해 '싹 다 잡아들여'라고 말했냐는 질문을 받고 "그렇게 기억한다"며 이같이 답했다.
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통해 직접 작성했다는 '정치인 체포 명단' 메모에 대해선 "밤에 서서 메모하는데 또박또박 다 적을 수 있는 상황 아니었다"며 "정말로 반 정도 적다가 기억을 회복해서 다시 적어보니 16명 정도 됐다"고 밝혔다. 다만 해당 명단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"뭔가 잘못됐구나 생각이 들었다"고 밝혔다.
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'방첩사를 도우라'는 지시를 '체포조 운영을 도우라는 것'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. 또 그는 명단을 받아보니 방첩사의 군대 내 간첩단 사건을 지원하는 것이란 당초 판단과 달랐다며 "지금도 이런 분들 체포·구금해서 조사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"고 덧붙였다.
그는 여 전 사령관과의 계엄 선포 직후 두 번째 통화에서 재차 구체적 상황에 대해 물었지만 "여 전 사령관이 제 질문에 답변하지 않거나 회피하려는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"면서 "제가 'V(대통령)에게 전화를 받았다'고 말한 것을 들은 다음 상황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"고 전했답니다.
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태에 대해 '사과가 필요하다'며 아쉽다는 입장도 밝혔다. 그는 "대부분 사람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두 가지가 걱정스럽다"며 "이미 철수됐지만 군이 안정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그 상황에서 향후 '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'하는 다수 우려를 갖고 있었다"고 말했다.
이어 "그날 밤 국회에서 일어난 일들은 방송을 통해 전 국민이 지켜봤기 때문에 계엄군이 철수하고 계엄 해제된 것이 모든 것이 다 일어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"며 "지금 생각해도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시 여러 마음 심경을 말했다면 국민들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"고 대통령 면전에서 토로했답니다.
한편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이 법정에 입장한 순간부터 차가운 태도를 유지했다. 홍 전 차장은 법정에 들어오자마자 윤 대통령 쪽을 바라보며 90도로 인사부터 했지만, 윤 대통령은 정면만 응시하고 전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. 이후에도 계속 홍 전 차장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은연중 드러냈습니다.